영화 그린북은 2018년 피터 패럴리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1962년 미국 남부를 무대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이탈리아계 백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의 실제 콘서트 투어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인종 분리법이 여전히 작동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신분과 피부색이 정반대인 두 사람이 한 자동차 안에서 8주를 함께 보내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그린북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3관왕에 오르며 그 해 가장 화제가 된 휴먼 드라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차창 너머로 바라본 짐 크로 시대의 풍경
영화 그린북의 시간적 배경인 1962년은 미국 남부에서 인종 분리법, 이른바 짐 크로 법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던 시기였습니다. 흑인은 백인과 같은 식당에서 식사할 수 없었고, 같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일몰 이후 외출을 금지하는 선다운 타운까지 존재했습니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그린북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흑인 운전자가 안전하게 묵을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을 정리해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발간된 실제 여행 안내서로, 빅터 휴고 그린이 처음 펴낸 이 책자는 당시 흑인들의 장거리 여행에서 사실상 생존 매뉴얼 역할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토니가 매번 그린북을 펼쳐 다음 숙소를 확인하는 장면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그 시대의 구조적 차별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장치입니다. 백악관에 초청될 정도로 명성이 높았던 피아니스트 돈 셜리조차 공연장의 무대 위에서는 환영받지만, 무대 밖에서는 같은 건물의 화장실조차 사용할 수 없었던 모순. 영화 그린북은 이러한 일상적 차별을 거대한 사건이 아닌 자동차 창밖 풍경처럼 담담히 보여 줌으로써, 오히려 그 부조리함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정반대의 두 남자, 그리고 한 대의 캐딜락
영화 그린북의 서사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은 마허샬라 알리가 연기한 돈 셜리와 비고 모텐슨이 분한 토니 발레롱가, 두 인물의 대비 구도입니다. 돈 셜리는 러시아에서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은 박사 학위 소지자이자 다국어를 구사하는 지식인으로, 절제된 언어와 단정한 매너를 평생의 갑옷처럼 두르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반면 토니는 뉴욕 브롱크스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다혈질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주먹과 입담으로 세상을 헤쳐 온 거리의 사람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대적 통념과 달리 고용 관계 역시 역전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흑인이 백인 운전기사를 고용해 남부를 함께 다니는 설정 자체가 1962년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고, 이 관계의 어색함이 영화 초반의 긴장감을 만들어 냅니다. 두 사람은 프라이드 치킨을 손으로 먹는 일에서부터 편지 쓰는 법, 음악적 취향, 가족을 대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르지만, 폐쇄된 차량이라는 공간 안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서서히 서로의 결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마허샬라 알리는 이 작품으로 제91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비고 모텐슨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두 배우가 만든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핵심 자산임을 입증했습니다.
작품상 수상과 함께 따라온 실화 왜곡 논쟁
영화 그린북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까지 세 부문을 수상하며 2019년 최대 화제작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다만 수상과 동시에 실화 각색을 둘러싼 논쟁이 함께 따라붙었다는 점도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각본에 공동 참여한 토니 발레롱가의 친아들 닉 발레롱가가 시나리오 작업의 중심에 있었고, 돈 셜리의 유족 측은 영화가 토니의 시선에 지나치게 기울어 있으며 두 사람이 영화에서 묘사된 것만큼 가까운 친구 사이는 아니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영화의 도입부에 일반적인 'Based on a true story' 대신 'Inspired by a true story', 즉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한 일부 평단에서는 인종차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백인 주인공이 흑인을 이해해 가는 개인 간의 관계로 환원하여 풀어낸 점, 이른바 '백인 구세주' 서사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그린북이 인종 문제를 무겁지 않은 로드무비 형식으로 풀어내며 폭넓은 관객층에게 다가갔다는 사실, 그리고 두 배우의 호연이 만들어 낸 정서적 공감대는 이 작품이 가진 분명한 미덕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