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11년에 걸쳐 22편의 영화로 쌓아 올린 거대한 서사를 한 편의 영화로 매듭짓는 작품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차원을 넘어, 한 세대의 관객이 함께 따라온 캐릭터들의 마지막 여정을 그려낸 작품이며, 동시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역사를 새로 쓴 문화적 사건이기도 합니다. 본 글에서는 이 작품이 어떻게 11년의 서사를 봉합했고, 어떤 흥행 기록을 남겼으며, 한국 관객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인피니티 사가의 매듭을 짓는 종결자의 위치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2번째 작품이자, 2008년 아이언맨부터 시작된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장으로 설계된 영화입니다. 인피니티 사가는 인피니티 스톤이라는 핵심 소재와 타노스라는 최종 빌런을 중심축으로 페이즈 1부터 페이즈 3까지 이어진 거대한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 흐름의 결말 단계에 해당합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는 2014년 무렵부터 인피니티 사가의 마무리를 두 파트로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밝혔고, 그 결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두 편의 연결된 결말로 제작되었습니다. 두 편은 루소 형제가 연속으로 감독을 맡았고, 크리스토퍼 마커스와 스티븐 맥필리가 공동으로 각본을 썼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단일 영화로서가 아니라 11년 분량의 누적 서사를 정리하는 종결자라는 점은, 작품의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제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토니 스타크와 그의 딸 모건이 주고받는 대사 "3000만큼 사랑해"가 이후 인피니티 사가 전체 러닝타임 3000분과 맞아떨어진 점인데, 루소 형제는 이것이 사전에 설계된 것이 아닌 우연의 결과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렇게 의도와 우연이 겹쳐 하나의 거대한 사가를 봉인한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27억 9800만 달러가 기록한 박스오피스 새 역사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은 개별 영화의 성적을 넘어 산업적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이 작품은 약 3억 56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으며, 이는 제작 당시 기준으로 역대 손꼽히는 규모의 예산이었습니다. 북미 개봉 첫날 약 1억 5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일일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개봉 첫 주말에는 북미에서만 약 3억 5000만 달러, 전 세계에서 약 12억 달러의 오프닝 수익을 기록해 월드와이드 오프닝 신기록을 함께 갈아치웠습니다. 최종 누적 수익은 약 27억 9800만 달러로, 개봉 11일 만에 직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최종 성적을 넘어섰습니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의 종전 기록을 잠시나마 추월하기 위해 마블은 2019년 6월 추모 영상과 추가 장면을 더한 확장판을 재개봉하기도 했고, 이후 아바타의 재개봉으로 글로벌 1위 자리는 다시 바뀌게 되었습니다. 감독을 맡은 루소 형제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2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를 두 편 보유한 감독이 되었으며, 이는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단 두 사례뿐인 기록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또한 27억 달러를 넘긴 흥행작 가운데 아카데미 본상을 수상하지 못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었으며, 시각효과상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는 데 그쳤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외화로서 갱신한 천만 관객 기록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한국 시장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2019년 4월 24일 한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일 2760개 스크린에서 1만 2544회 상영되며 약 13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 4일차에는 단일 일 166만 명을 기록하는 등 초반부터 가파른 관객 증가 곡선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한국 박스오피스 누적 약 1393만 명을 동원하며 2009년 아바타 이후 외화로서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되었고,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5위에 자리잡았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다섯 편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기록되었는데, 이 목록에는 명량, 국제시장, 아바타, 극한직업이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국 흥행은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11년 동안 한국 관객이 마블 영화를 따라오며 형성한 누적 팬덤이 한꺼번에 표출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 한국 개봉 직후에는 박지훈 번역가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사 "We're in the endgame now."를 "이젠 가망이 없어"로 옮긴 번역이 화제가 되었고, 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부제 공개 이후에도 한동안 회자된 사례로 남았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렇게 흥행 기록과 함께 한국 영화 문화의 한 장면을 함께 남긴 작품입니다.